전통음악에서의 ‘창작’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전통음악 연주자들은 전통음악의 문법을 체화하고 있지만 서양음악에 더욱 익숙하기 때문이다. 현재 타 장르 간의 무분별한 혼합이 국악계의 주된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장르와는 관계없이 전통음악의 문법을 고도로 훈련한 연주자만이 상상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그들의 음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측면에서 ‘ 연주자’에서 출발해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작곡가’와는 다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음악의 결도 확연히 다르다. 이를 증명해 내는 창작자들에 대한 관심이 황진아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정가악회를 거쳐 솔리스트로서 활동하며 1집 음반을 발매한 거문고 연주자이자 창작자인 황진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진아의 <The Middle>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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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The middle>라는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곡 작업, 음반 구성 전반적인 음반 제작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황진아: 음반 타이틀 <The Middle>은 제 솔로 프로젝트의 제목이에요. 원래는 이 주제를 시리즈로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시리즈가 될 만한 이름인데?” 이러면서 만들었어요. (웃음) <청춘의 단상>이 첫 번째 프로젝트였어요. 천차만별콘서트에서 했던 작업이에요. 그 작업을 2018년에 악기 구성을 바꿔 발전시켜 새로운 곡들을 만들었어요. 그 곡들을 모아서 만든 게 이 앨범이에요. 앨범의 컨셉을 정하고 만들었다기보다 공연의 컨셉이 앨범의 컨셉이 된 경우에요.

<청춘의 단상> 공연 포스터

앨범을 제작하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황진아: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만들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프로모션입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죠. 제 음악과 활동을 정리한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퍼포머라기 보다 뮤지션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음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사이>의 구조가 재미있습니다. 크게 두 개의 길을 터놓고 한쪽은 음악 위에 음악을 덧대고 다시 덧대고 또 다시 덧대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다른 한 쪽에서는 거문고 독자적인 선율이 진행됩니다. 이 두 개의 길을 한 명의 연주자가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방식인데 양금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거문고만으로 음악을 만든다는 것, 혼자서 음악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음악의 구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황진아: 저도 무척 좋아하는 곡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 곡에 대한 반응이 좋을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특별한 구상 없이 일주일 만에 감각적으로 만든 곡이에요. 소리의 당위성을 따라 만든 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자연스러운 에너지들이 잘 담겨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분이 사이를 듣고 ‘원초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사이> 경우 공연장의 컨디션과 음향에 영향을 많이 받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어떤 공연장에서 어떻게 들어야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황진아: 맞아요. 그게 문제에요. <사이>는 라이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매우 많아요. 사운드 엔지니어를 제가 데려가지 않는 이상 연주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즉각 녹음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곡이라 연주가 매우 까다롭기도 하고요. 현장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사이> 대신 <게토>를 해요.

<사이>와 함께 <게토>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같습니다.

황진아: 원래 <게토>는 <관계> 공연 때 올리려고 했던 곡인데 올리지 않고 발전 시켜서 올해 초에 초연한 뒤 앨범을 만들면서 편곡한 곡입니다. <게토>도 금방 만들었어요. 얼마 전에 생기스튜디오에서 <게토>를 연주했는데요. 음향을 담당하셨던 분께서 음악을 하시는 분이라 음악 요소를 잘 알고 계셔서 정말 마음 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엄청 많았는데 관객들께서 제 발재간을 너무 가까운 곳에서 보시니까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저는 <보통사람> 좋아해요. 선율이나 소리가 아니라 여백, 호흡에 더욱 집중해서 듣는다면 재미있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의 구성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많아요.

황진아: 보통사람은 발에 추를 달고 만들었어요. (웃음) <보통사람>이 솔리스트로서 처음 만든 곡이거든요. 그때 슬럼프가 크게 왔어요.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에도 선정이 됐고, 천차만별서트도 서류 합격 후 오디션을 보러 갈 수 있게 된 상태였어요. 이 상태에서 매일 하루에 패턴을 100개씩 만들었어요. 음악을 못 만들고 매일 패턴만 나오는 거죠. 거문고 하는 사람들의 습관 중 하나가 패턴 만드는 겁니다. 패턴은 음악 전반적으로 반복되는 악구라고 할 수 있어요. 음악의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멜로디가 먼저 나올 수도 있고 패턴이 먼저 나올 수도 있고 리듬이 먼저 나올 수도 있죠. 사람마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저처럼 패턴에 음악을 얹으면서 만들기도 하고 멜로디로 먼저 큰 흐름을 잡은 후 반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도 패턴으로 시작해서 음악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하루 종일 앉아서 패턴을 100개씩 만들었어요. 혼자 음악을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너무 무서웠던거죠. 내가 내는 소리를 누가 듣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요.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때 내가 무서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걸 떠올렸고 그게 줄풍류였어요. 지금도 되게 좋아해요. 정가악회 영향도 있습니다. 정가악회가 줄풍류를 중심으로 음악작업을 많이 했으니까요. 정가악회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일 행복했던 시기가 줄풍류를 공부하던 시기였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줄풍류는 그동안 배웠던 전통음악과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그간의 전통음악은 정답이 있고 점수를 매기는 느낌이었다면 줄풍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베리에이션을 해 나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줄풍류라면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줄풍류를 연주하면서 느꼈던 감상을 음악으로 옮겨보자고 생각하고 작업한 곡이 <보통사람>이에요.

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셨는데 <보통사람>은 총 3악장으로 되어 있어요.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양청도드리를 기반으로 작업했어요. 상현에서는 풍류 어법으로, 하현에서는 하현도드리를 연주하면서 느꼈던 공백, 여백을 극대화 시켰어요. 원래 하현도드리보다 저음을 많이 사용하고 여음도 훨씬 길게 했습니다. 청에서는 화려함을 극대화 했어요. 개방음도 많이 쓰고요. 그때는 음악 만드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정말로 한음, 한음씩 만들었어요. 수놓듯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곡을 만들면서 연주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보통사람>은 엄청 화려하진 않지만 저는 이 곡이 좋고 고마워요. 제목도 보통사람이 만들었다는 의미에요. 보통사람도 할 수 있다는 의미요. 그런데 사실 <보통사람>은 연주가 어려워요. 다른 곡들도 어렵지만 <보통사람>은 집중을 놓으면 안 되는데 자꾸 놓게 돼요. (웃음) 호흡을 지속해서 운용하는 게 어렵고 특히 소리의 질감이 민감한 곡이라 까다로운 곡이에요.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고민이 많았던 곡도 있나요?

황진아: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 <월정명>이 조금 힘들었어요. 내가 시인 이상의 시로 작업을 하는 당위성에 대해 계속 질문을 했고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음반을 준비하면서 2년 만에 해답을 찾게 됐어요. 재미있는 게 모두 제가 만든 곡들이지만 만들 때는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완성이 되면 연주자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곡을 바라보게 됩니다. 연주자의 입장이 되면 밖에서 곡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요. “이 곡이 왜 이런 모양이지?” 라는 질문을 음악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 혹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음악을 만드는 시간보다 음악의 당위성을 찾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그런데 저는 이런 순간이 되면 그 곡이 괜찮은가보다 라는 생각을 해요. 음악이 내 손을 떠나가서 어느 순간 자기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 느낌이 좋아요. 조금 다른 시선에서 음악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렇게 고민을 하고 나면 답을 매번 얻게 되나요? 이번 앨범은 답을 얻으셨나요?

황진아: 네 이번 앨범은 다 얻었어요. 저는 그런 고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걸 곡이 익는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그리고 이 앨범의 곡들은 나온 지 오래 됐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많이 연주를 했던 곡들이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인 이정석 님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황진아: 이 연습실의 주인이자 거문고 팩토리의 대표에요. 제가 이 모든 작업을 이 연습실에서 했거든요. 사실 예전에 동아콩쿨에서 공동수상을 한 적이 있어요. 거문고 팩토리가 한참 잘 나갈 때였고요. 연예인 보는 마음이었죠. 어쩌다가 연습실을 찾다가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선배니까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거문고는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은데 프로듀싱도 흔쾌히 먼저 도와주겠다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기타리스트인 이시문 님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황진아: <옹녀>라는 작업을 함께 했는데 그 친구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어요. 편견 없이 음악을 대하는 모습이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하고 음악적인 코드가 잘 맞았습니다. 그 친구랑 작업을 하면서 ‘국악’과 ‘국악이 아닌 것’ 혹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지금 국악계에서 저보다 더 잘나가죠. (웃음)

생각해보니 정말로 자기 음악을 하는 거문고 연주자가 드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자,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시행착오가 있으신가요?

황진아: 맞아요. 거문고는 하는 사람이 없어요. 악기가 어려워요. 거문고로 혼자 음악을 하는 건 더 어려워요. 제가 처음에 창작을 시작했을 때 레퍼런스가 별로 없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레퍼런스가 부족하니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기분으로 음악작업을 했습니다. 같이 작업하는 이시문 씨가 저에게 다시 태어나도 거문고 할 거냐고 물었는데 사막에서 바늘 찾는 기분이라 안 할 거라고 했어요. 저도 친구에게 다시 태어나면 기타 할 거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도 안 한다고 했어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웃음)

거문고 연주자가 드문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거문고를 위한 곡들이 많이 없어요. 곡이 많아야 좋은 곡이 나오고, 그래야 좋은 연주자 창작자들이 나올 텐데 이 모든 것이 양적으로 부족하죠. 그래서 거문고연주자로써 내가 연주하고 싶은 곡들을 만들기 시작했던 게 제 솔로작업의 시작이기도 해요. 현재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고 매번 시행착오를 겪어요. 음악적으로, 음악 비즈니스적으로 모두 고민이 많죠. 그래도 매번의 시도에서 한 가지씩은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고무적인 일이죠.

정가악회 단원으로 기억하시는 분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황진아: 저는 운이 좋았어요. 졸업하기 전에 정가악회에 들어갔거든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가 생겼을 당시 정가악회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물론 그 전에도 정가악회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긴 했습니다. 천재현 대표님 제자이기도 하고요. 저는 특히 정가악회라는 단체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 기억에 남아요. 그걸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졸업 하고 바로 망망대해에 던져지지 않고 음악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거죠. 단원 모두 리더인 천재현 대표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아웃풋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때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정가악회에 들어가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활동을 하고 휴직한 뒤 복귀하지 않고 솔로로 데뷔했죠.

제가 정가악회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공연을 많이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땐 구심점이 만한 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팀들이 보이는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황진아: 제 생각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가악회 같은 중견이 된 팀에서 나온 저 같은 케이스와 비슷한 세대가 점점 떠오르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정권 교체 이전에 블랙리스트 문제도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그 공백이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신진이 올라오니 그렇게 느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혹시 음악이나 공연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시나요?

황진아: 받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조목조목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표정에서 조금 보여요. (웃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죠. 신기한 게 제가 이렇게 활동한 지 3년차가 됐고, 이 앨범도 기존의 공연을 앨범으로 만든 건데 지금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신기해요. 이것이 음반의 파급력이겠죠? 저는 스스로 모니터링을 해요. 스스로 공연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제 공연은 잘 안 보여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한참 뒤에 다시 복기해 봐요. 악보도 까먹었을 때 다시 확인 하는 거죠. 이번 앨범도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음악이나 공연을 봐주는 비평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황진아: 네. 그런데 국악계 안에서 양산되는 음악만을 가지고 서로 비교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나오는 음악들의 모델은 전통음악이 아닌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리스너들 역시 다른 장르의 음악씬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고요. 국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비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창작하기 전에는 국악의 개념, 범주를 엄격하게 바라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기준 대부분이 지워진 상태에요. 대신 소리의 당위성을 찾는 것 같아요. 여기서 소리의 당위성은 음악의 길인 거죠. 하나의 시작점을 만들고 그것이 나아가는 당위성을 찾아요.

다른 장르 음악에 관해 공부하는 있나요?

황진아: 일단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요즘은 화성 공부를 해요. 화성을 일부러 피하지는 않아요. 화성이 죄는 없으니까요. 사실 저는 감으로 화성을 쓰거든요. 지금은 화성을 공부를 해서 선택의 폭을 넓히려고 해요. 물론 화성을 잘 아는 연주자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피아노를 거문고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웃음) 화성을 배워서 꼭 써야지 라기 보다는 화성을 알아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화성뿐만 아니라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어요. 저는 음악을 만들기만 했지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은 없더라고요. 음반 작업을 하고 공연을 할 때 결국 ‘확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내 톤에 대해서 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매번 벌어지는 거죠. 음향 사고도 많이 났고요. 이 부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2019년 12월 19일에 열린 음반 발매 쇼케이스 포스터

현재 황진아 님께 전통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황진아: 얼마 전 모 라디오 방송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도 명쾌한 대답을 못했습니다. 기대치에 맞게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전통음악은 저에게 여러 음악 중에 하나에요. 저는 전통음악에서 나진 않았지만 거기서 자랐어요. 전통음악은 황진아라는 음악가를 만들어 온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은 그 안에 황진아의 음악을 황진아답게 만들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찾고 있어요.

최근 하고 계신 고민이 있다면?

황진아: 내가 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자괴감이 듭니다. 물론 매번 새로운 걸 만들 순 없겠죠. 매번 새로운 걸 만들면 어떻게 색깔이 만들어지겠어요. 하지만 인풋이 필요한 시기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누가 저에게 “음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게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을 했는데 침묵이라고 대답했어요. 조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려요. 저는 상념을 정리하고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거든요. 이번 시즌은 너무 바빠서 놓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눈 떠서 계속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길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혜인 | apollo_cs@naver.com
전통예술과 민속을 공부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전통을 사유하는 방식을 살펴보는데 관심이 있다.